자신보다 동생을 챙긴다.
질투가 많고, 언니를 끔직하게 여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니.
겨울의 계절이 돌아와 해가 많이 짧아져 아직 초저녁의 시간인데도 어둑했다.
"우우~추워라~"
리첼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했다.
철컥-
"언니~ 나 왔..어?"
리첼이 문을 열고 들어오니 현관등빼고는 집안의 불이 다 꺼져있어 깜깜했다.
불을 켜보니 집안은 누군가 침범한 적이 없었는지 어지러질 기색없이 깨끗했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며 '자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하지만 방안은 주인이 사라지고 시간이 조금 흘렀는지 침대시트에는 냉기가 돌고 있었다.
리첼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생각할 겨를없이 집을 뛰쳐나갔다.
막상 뛰쳐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휴대폰도 놓고 와서 통화도 할 수 없었다.
"언니! 하아..리사언니!"
그렇게 정신없이 언니를 찾으며 뛰어다니다 지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외진 골목길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시,싫어요! 이거 놔요!"
"아,거참. 우리랑 같이 놀자니까 왜 이렇게 앙탈을 부려?"
"조금만 놀자니까? 우리가 재밌게 해줄게~"
"어차피 이런 곳은 아무도 안 온다고? 그만 팅기지 그래?"
"이,이 더러운…!"
"이년이! 보자보하니까 진짜!"
휙-
'리첼…!도와줘…리첼!'
탁-
"뭐야?"
"계집년이 하나 더 왔는데?"
"같이 놀자는거 아냐? 킥킥킥"
"…떼"
"뭐?"
"언니한테서..하아..손 떼라고 망할 자식들아..!!!"
"이년이 미쳤나?"
"야! 잡아!!"
"안돼! 리첼!!"
"밴드로 단련된 날 얍보지 말라고!!"
퍼억- 퍽- 쿵-
"컥..!"
"으악!"
"계,계집주제에..큭..야,튀어!"
"후우..하아..까불고 있어..윽.."
툭-
리사는 벽에 기대어있는 리첼에게 걱정스레 다가간다.
"리첼! 괘,괜찮아?"
"하아…진짜…"
리첼은 겨울인데도 한참을 뛰어다녀서 그런지 땀이 흐르는 자신의 이마를 한 번 훔친 뒤 리사의 손목을 잡고 아무말없이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리,리첼…! 손목 좀 놔줘, 아파…"
"……."
쿵-
"읏…"
리첼은 벽에 리사를 밀쳤다.
"언니! 밖이 얼마나 위험한데! 겨울이라 해가 짧아져서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는 해도 깜깜하단 말이야! 내가 미치는 꼴이 보고 싶어서 그래?! 어!"
"아,아니..리첼 집에 오면 배고플 것 같아서 저녁준비하려고… 미안해..화내지마…"
"…후. 나도 미안해..만약에 언니가 사고를 당했거나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걱정되서 나도 모르게..미안…"
"으응..아냐..걱정시켜서 미안해,리첼…"
포옥-
리사는 리첼 품안에 꼭 안겼다.
"앞으로는 어딜 가더라도 나랑 같이 다녀, 알았지?"
"응, 그럴게. 미안해"
"계속 미안하다고 할거야?"
"아니. 고마워, 리첼."
"말로만?"
"리첼도 참…"
쪽-
"고마ㅇ..읍!"
"……."
"리,응..리첼..!흐읍..자,하아..잠까,으응…"
어두침침하고 고요하기만 했던 집안은 소녀들의 입술이 맞물리는 소리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현관등으로 인해 적막을 삼켜버렸다.
"하아,하아..리첼?"
리사는 숨을 고르며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리첼을 조심스레 부른다.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현관에만 있지말고 들어와 언니~"
방으로 들어가려는 리첼을 리사는 뒤에서 끌어안았다.
"언니?"
"리첼이야말로 나 두고 어딘가로 사라지지마, 불안하니까…"
"…물론이지. 내가 언니를 두고 어딜 가겠어. 나 리첼 스트라우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리사 스트라우스 곁을 떠날 생각은 죽어도 없으니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