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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소설

[창작/단편] 작은 행복

 

어둑한 방 안에는 그저 달뜬 신음소리와 살과 살이 맞물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언뜻 그녀의 등을 할퀸 것 같지만, 괜찮겠지… 본인은 모르는 것 같고

 

 

"하아, 하아…"

 

땀에 젖어있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거친 숨을 고른다.

 

"하… 아프진, 않았어?"

 

조심스레 물어보는 음성은 낮게 깔려있지만, 묻어나오는 자상함에 또다시 반한.

생각해보면 그녀는 항상 하고 난 후에 아프진 않냐, 불편한 건 없냐면서 물어보는 것 같다.

 

"응…"

 

대답하면서 그녀를 꼬옥 안는다.

그녀도 나를 마주안아주며 침대에 몸을 맡긴다.

 

눈을 감고 있는데 스르륵-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 살짝 뜨고 쳐다봤다.

 

"여름이라도 새벽은 추우니까…"

 

그녀는 피곤한 건지 목소리가 갈라지고, 눈이 반쯤 감겨있었다.

난 말없이 그녀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금새 잠들었는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숨결이 느껴진.

나도 그녀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수마의 늪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째액- 짹-

 

"으응…"

 

아침을 알리는 새의 울음소리와 내리쬐는 햇살에 잠이 깬다.

 

"눈부셔어…"

 

갑자기 시야가 밝아진 탓에 눈이 경련을 일으켜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비비는데, 곁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깼어?"

 

그녀의 목소리에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싱긋 웃으며 내 시야를 가린 앞머리를 넘겨주고 이마에 입맞춘다.

 

"응, 언제 일어났어?"

"조금 전에. 너 자는 거 보고 있었어."

"우으… 바보."

 

바보라도 좋은지 연신 키득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순간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아… 등에…'

 

"저, 소연아…"

"응?"

 

옷을 다 입었는지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본다.

 

"그… 미안해."

"에?"

 

당황해서 말이 안나온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떡하지, 내가 했나… 아, 그때 머리카락도 짧아서 다 보이네.'

 

"드, 등에 상처, 났어…"

"아, 어쩐지 옷에 스칠 때마다 따끔거리더라."

"정말 미안해."

 

난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진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난 오히려 좋은데? 그만큼 기분좋았다는 증거니까."

"야아아!! 류소여어언!!!"

 

그녀의 짖꿎은 장난에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하, 알았어. 안그럴테니까 씻고 나오세요, 이.다.흰.공.주.님. 밥먹자~"

 

그녀는 저 멀리 부엌으로 도망가버렸다.

 

"진짜… 저게 어른이야, 애야… 후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http://wallhanyang.tistory.com/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