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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소설

[창작/단편] 발렌타인 고백

*읽기 전 주의사항

 

 기승전백합

 주인님(아가씨)x메이드

 오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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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에 나는 메이드에게 불려 안뜰로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런 곳에 부르다니…"

 

"죄, 죄송해요…"

 

"아니, 괜찮은데… 무슨 일 있었어?"

 

'윤나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

장미를 연상케하는 적발과 티가 날듯 말듯한 파란 눈과 초록 눈의 오드아이.

활기찬 성격에 맞지 않게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나를 아가씨가 아닌 주인님으로 부르는 몇 안되는 메이드중의 한 명이다.

 

"저… 이런 마음, 메이드가 갖는 건 잘못된 거겠죠…"

 

"에…"

 

'뜬금없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입밖으로 나가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킨다.

 

"그,그래도… 주,주인님이랑 같이 있으면… 이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나래야…"

 

"아, 알고 있어요… 분에 넘친다고… 그래도, 저…"

 

"……"

 

"주인님의 웃는 얼굴을… 정말 좋아해요. 매일 밤, 자기 전에 주인님만 생각해요.

…메이드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안되겠죠.

죄송해요, 주인님… 저, 주인님을 정말 좋아해,요…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왜 사과하는 거야?"

 

내 눈도 보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며 사과만 하는 나래를 보니 가슴이 저려왔다.

 

"그치만 저, 메이드니까… 안되는 거잖아요…"

 

"그런 걸 누가 정했어?"

 

"그래도 저 말고도, 더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저 따위가, 주인님에게는…

분명, 이런 마음… 폐가 되겠죠. 그러니까, 저…"

 

"정말 글러먹은 메이드네."

 

"네… 흐윽…"

 

"내 마음을 멋대로 단정짓다니…"

 

"네에…"

 

"나도 나래를 좋아해."

 

"에…에? 주, 주인님, 그래도 저…"

 

"그러니까 이제 자기를 비하하는 건 그만해.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잖아."

 

"주, 주인님이 나쁘다니… 절대 아니에요! 그치만, 저라니…"

 

"못 믿겠어?

 

"그, 그런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 아니면 분명… 꿈이에요."

 

"그래. 그럼, 꿈이 아니라고 증명할게. 지금부터 나랑 나래는 1일이야."

 

"주인님…"

 

"괜찮지?"

 

"네, 네…! 흐읍…"

 

"그럼, 다시 물어볼게. 날 어떻게 생각해?"

 

"조,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누구보다도 주인님을…!"

 

"나도 좋아해."

 

"아아… 주인님!"

 

나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쁜지 내 품에 파고들었다.

 

나는 그녀를, 나래를 꽉 안아주었다.

 

"그건 그렇고, 나한테 뭐 준다고 하지 않았어?"

 

"훌쩍… 아, 맞다! 주인님 주려고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그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아, 오늘 발렌타인데이였구나…"

 

"네, 그래서 발렌타인을 핑계로 고백하려고… 앗!"

 

"그랬구나."

 

"아, 그게…"

 

나는 당황해서 우물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고마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