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샨의 집으로 장소를 옮긴 후 하리를 침대에 눕힌 남자는 힘겹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사고였어요. 저도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랬군요.."
부스럭-
하리는 언뜻 들리는 대화소리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네가 왜 여기에.."
"정신이 드냐? 너 옮긴다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임마."
"누가 옮겨달래!?"
"하리! 제가 부탁했어요. 그리고 라일 씨 얘기 들어보니까 어머니는 사고로-"
"알아."
"네?"
"안다고. 그럴 놈도 아니고, 착해빠져서는.."
하리는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엄마는, 교통사고로 죽었어. 인간처럼 쇼핑하시는 걸 엄청 좋아하셨거든. 그날은 혼자 돌아다니셨었나 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만취한 인간새끼가 인도까지 침범하더니 엄마를 짓뭉갰더라."
담담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증오감.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하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들은 인간이 되면 능력이 저하돼. 각자 차이가 있겠지만, 엄마는 진짜 평범한 인간이 돼버리거든. 때마침 지나가던 라일이 목격한 거지. 라일이 말해줘서 안 거야. 그걸 듣고 있자니 누구라도 때려눕히고 싶었어. 원망이라도 안하면 당장이라도 인간들을 죽여버리고 말 테니까.. 그래서 라일을 원망했지. 왜 그 인간을 살려주냐고, 너도 똑같다고.."
"하리.."
"제일 원망스러운 건 나 자신이면서.."
조용히 듣고 있던 라일은 암울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샨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울한 얘기는 끝! 샨 씨는 하리랑 어떻게 아세요?"
"네? 아, 그게.. 며칠 전에 집에 가다가 만났어요. 처음에 본 건 큰 멍멍이였는데 말이죠, 후후-"
샨은 일부러 하리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누가 멍멍이야!"
하리는 벌떡 일어나 샨을 째려봤다.
"오우, 반응 빠르네. 키킥, 그렇군요. 멍멍아, 기분은 좀 나아졌냐?"
"너..!"
"아이고, 무서워라."
라일은 몸을 떨어댔다.
"하- 됐다, 됐어."
"두 분은 친구인가요? 사이좋아 보여요."
"뭐어?! 너는 이게 사이좋아 보이냐?"
라일은 하리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웃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하하하, 맞아요. 적이지만 둘도 없는 친구 사이죠."
"아, 그러면.."
"네, 전 인간입니다. 뭐, 전직 늑대사냥꾼이었죠. 지금은 보시다시피 백수에요."
"나, 안 돌아가. 그러려고 왔지?"
하리는 으르렁거리며 라일을 쳐다봤다.
"음- 그렇긴 한데, 생각이 바뀌었어. 맘대로 해."
"어?"
"너, 샨 씨 좋아하지?"
"무.. 무무무무슨, 소리야."
"역시나~ 네가 인간 집에서.. 특히, 짐승 형태가 아닌 걸 보면 이미 말 다했지."
하리는 자신의 적발처럼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황했다.
"그런가요?"
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인간의 집에서 하루 이상은 못 있어요. 정이 들면 헤어지기 힘드니까."
라일은 슥- 하리를 바라보며 제법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여기에 계속 머물려면 적어도 계약은 해야할 걸?"
"계약, 이요?"
"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할 일 없으면 꺼져!"
하리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렸다.
"풉. 네네~ 방해꾼은 사라지겠습니다. 가끔 놀러 올게-"
라일은 한 번 숨을 삼키고 하리와 샨을 훑어봤다.
"샨 씨, 하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라일 씨도 건강하세요."
"간다."
라일은 하리를 쳐다보고 웃더니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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