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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소설

[카케구루이/유메아리] 다시 만나다 4화

겨울이라서 그런지 해가 짦아져 아직 저녁시간대지만 하늘이 벌써 어둑해졌다. 그래서인지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우, 추워.."

 

메아리를 쫒아다니는 남성을 제외하고는...

 

"기분탓인가..?"

 

메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잠시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 순간, 뒤쫒아오던 남성에 의해 덮쳐지게 된다.

 

 

 

*

 

 

 

움찔-

 

유메코는 집에서 메아리를 기다리며 뒹굴거리다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왜 그런가 했더니, 유메코가 메아리 몰래 걸어둔 위치추적마법이 발동하고 있었다. 물론, 이 마법은 메아리가 위험할 때만 울리기 때문에 사생활은 보호된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그렇게 잘 쓰던 마법을 쓰지도 않고 무작정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어둑한 골목 쪽에서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여자목소리는 메아리였다.

 

"후우- 여긴가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 내쉰 유메코는 천천히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녀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남성은 메아리에게 칼을 들이대며 욕을 내뱉고 있었고, 바닥에는 목도리와 외투가 굴러다니고, 메아리는 셔츠가 군데군데 찢어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모든 걸 지켜보던 유메코는 싱긋 웃으며 남성에게 다가가 팔을 꽉 움켜지며 말한다.

 

"저기-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그만두시는 편이 좋아요."

 

분명 웃고는 있지만 스멀스멀 풍기는 살기때문에 주변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뭐야! 너도 뒤지고 싶냐?!"

"유메..코?"

"메아리씨! 구하러 왔어요!"

"어어.. 고마워.."

"뭐야, 아는 사이였냐? 그럼 사이좋게 죽여주마!"

 

남자는 기세좋게 유메코에게 달려들었다. 유메코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이네요."

 

그러고는 표정이 급속도로 돌변하면서 달려드는 남자의 멱살을 가볍게 움켜잡았다. 유메코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인간이 용을 이기려하다니.. 뭐, 본인은 그녀가 용인지 모르니까 덤비는 거겠지.

 

"컥!"

"어디서 굴러온 쓰레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만두라고 할 때 그만뒀어야죠. 후후훗."

"유, 유메코.."

 

유메코의 표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 메아리씨. 잠깐 눈 좀 감아주실래요?"

"으, 응.."

 

메아리는 불안해서 미칠 것 같지만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그저 유메코의 말에 따른다.

 

「사라져라」

 

방금 전까지 있었던 남성이 사라진 건 순식간이었다. 유메코가 내뱉은 언어는 용언, 드래곤의 언어로서 강도에 따라 파멸을 일으키기기도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제 괜찮아요, 메아리씨."

 

유메코는 메아리를 품에 꽈악 안았다.

 

"그 놈은?"

"따끔하게 혼내서 돌려보냈어요."

 

서로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약속이라도 한 건지 더 이상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제서야 안심이 된 건지 메아리는 서러움을 토해냈다. 유메코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메아리를 달래준다.

 

"미안해요.. 무서웠죠.."

 

메아리는 유메코가 자신을 어떻게 찾았는지 묻지 않았다. 뻔한 대답이 돌아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