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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소설

[카케구루이/유메아리] 다시 만나다 6화 (完)

*

 

 

"으응-"

 

해가 중천이 되서야 깨어난 메아리, 뒤척거리며 옆으로 팔을 뻗는다. 하지만 그 팔은 허공을 맴돌다 툭 떨어질 뿐이었다.

 

"뭐야, 어디 갔어.."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읏.. 유메코녀석, 아주 한바탕 저질러놨구만."

 

메아리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의 몸에 잔뜩 피어난 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다. 그렇게 잠시동안 멍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 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생물체가 붉은 눈을 빛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우아악!?"

 

메아리가 기겁을 하며 빛의 속도로 창문에서 멀찍이 떨어진다.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떨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아리씨! 저에요, 유메코!]

 

메아리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유메코의 목소리에 당황하면서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

 

"유메, 코..?"

 

많이 놀랐는지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도 모르고 뭐에 홀린 듯이 창문으로 다가가 활짝 열어준다.

검은 비늘로 둘러싸여 엄청난 위압감을 주던 용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빛을 발하더니 평소의 유메코로 돌아왔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놀랐죠?"

"어? 어어.. 새삼스레 네가 용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어.."

"후훗, 변신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 상태로 어딜 갔다 온 거야?"

"비밀이에요~"

"뭔데 그래?"

"그건 그렇고 메아리씨, 아직도 알몸이라니.. 절 유혹하는 건가요?"

 

유메코는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며 그대로 메아리를 침대에 넘어트렸다.

 

"뭐?! 아니, 이건..!"

"..좋아해요, 메아리씨."

 

메아리는 허둥지둥거리다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웅얼거리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뭐라고?"

"우우.. 심술쟁이! 들었으면서.."

 

순간 둘의 상황이 역전됐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어쩔 줄 모르는 듯이, 만지면 부서질까 노심초사..

메아리는 유메코의 얼굴을 조심히 들어올렸다.

 

"다시 한 번 말해줘."

"사랑해요, 메아리씨."

"나도. 나도 사랑해, 유메코."

 

그녀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며 키스한다. 몇 백, 아니 몇 천 년 동안 메아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을 유메코와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난 메아리.. 부디 서로의 마음이 변치 않기를..

 

 

 

+

 

 

 

유메코는 메아리의 무릎에 누워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아까의 질문에 대해 물어본다.

 

"메아리씨, 제가 어디 갔다 왔는지 궁금하죠?"

"그야, 궁금하지만 말하기 싫으면 됐어."

"에, 포기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네가 말 안 한다면 이유가 있겠지, 뭐."

 

메아리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사실 용언을 쓴 게 들켜서 소환당했어요. 물론 썼다고 무조건 혼나지는 않지만, 인간과 관련된 거라.."

"헤에-"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저희 세계로 놀러 가요! 분명 재밌을 거에요!"

"궁금하긴 한데, 선뜻 내키진 않네.. 뭐, 유메코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읏, 메아리씨! 정말 좋아해요!"

"네네~ 저도 좋아합니다, 유메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