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적이 드물어진 어둑한 시간대의 한 골목길에서 피어오르는 더운 공기가 숨을 막히게 한다.
"하아…유린,씨…읏,지금 뭐,하시는…흐읏,거에요…!으응…"
주희는 화를 내고 싶은데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신음소리에 잘 되지 않자 그저 숨만 삼킬 뿐이었다.
"네? 주희씨 덮치는 중인데요?"
유린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즉답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얼굴에 장난끼가 넘쳐흐른다. 그러고선 주희의 쇄골을 핥기도 하면서 이로 살살 긁거나 깨물며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아니,그러니까 왜…!아윽…"
"음…후식…?"
"엣…!?"
"카페에 있을 때부터 주희씨가 너무 귀여워서 먹고 싶었는데 참느라 힘들었어요."
유린의 입술이 점점 내려가 가슴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키스마크를 남기고 있었다.
주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신음을 참으면서 왜 이렇게 됬을까 생각에 빠졌다.
#시간을 되돌아가 약 1시간 전…
유린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주희에게 말했다.
"주희씨,제가 맛있는 케이크 가게를 아는데 같이 가실래요? 마침 배가 고프기도 하고…"
"그냥 집에 가서 간단히 차려먹어요."
"에이~주희씨,그러지 말고요~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네? 같이 가요~"
유린은 말꼬리를 흐리며 주희의 팔에 매달렸다.
"…알았어요. 가요,가."
주희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지만 싫은 기색은 전혀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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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어서오세요~"
카운터에 서있던 여직원이 안으로 들어선 유린과 주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드르륵-
창가 쪽으로 자리잡은 이들은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는다.
"주희씨는 뭐 드실래요?"
유린은 메뉴판에서 시선을 떼고 주희를 쳐다보며 물어본다. 주희는 유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메뉴판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수많은 케이크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 심히 고민되나보다.
엄마미소를 지으며 주희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린이 말했다.
"주희씨, 혹시 단 거 좋아해요?"
"네…에? 아,좋아하긴 하는데…"
메뉴판을 보면서 멍때리고 있었는지 주희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럼 주문은 제가 할게요."
"네…"
유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여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유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주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기자신을 다스렸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유린은 주희의 이상한 행동에 걱정이 되어 조심스레 물었다.
"주희씨? 어디 안 좋아요?"
"아,아뇨. 괜찮아요."
주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넘어갈 리 없는 유린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얌전히 물러났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 주희씨. 딸기쉬폰케익으로 시켰는데, 괜찮죠?"
"네, 감사해요."
"뭘요. 후훗"
저 멀리서 여직원이 주문한 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주문하신 치즈케익과 딸기쉬폰케익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여직원은 주희 앞에 딸기쉬폰케익을, 유린 앞에 치즈케익을 놓고 물러갔다.
유린은 치즈케익을 포크로 조금씩 잘라먹으면서 말했다.
"주희씨,먹어봐요. 제가 골랐긴 했는데 주희씨 입맛에 맞을려나 모르겠네요."
"음…"
"괜찮아요?"
"나쁘진 않네요."
나쁘지 않다고 말은 했지만 주희의 얼굴엔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유린은 그런 주희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살포시 웃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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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으면 일어날까요?"
"그래요."
유린은 의자에 걸어두었던 외투를 입었다. 문득 창밖을 보니 해가 저물어 어둑해져 있었다.
둘은 서로 말없이 걷고만 있었다. 골목길을 지나쳐 가려는데…
유린이 갑자기 주희의 손목을 잡아채 골목길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이다.
유린은 생각에 잠긴 주희의 입술을 파고 들었다.
"읍…!?"
자신의 입안을 소용돌이 치듯이 훑고 지나가는 유린의 혀에 주희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주희의 혀를 감싸고 이로 깨물면서 카페에서 먹었던 케이크의 달달함에 더 깊이 파고 들었다.
"흐읍…으응…"
주희는 숨쉬기가 버거워졌는지 유린의 양 팔을 손으로 꽉 쥐었다. 유린은 주희의 치열을 핥은 다음에야 떨어졌다.
"하아…하아…"
유린은 주희의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맞췄다.
"우읏… 유린씨 진짜…"
주희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유린을 툭 치고는 기대듯 안겼다. 품에 가려져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귀가 새빨갛다는 것으로 창피하다는 걸 증명해준다. 유린은 주희가 귀여워 이마에 입술을 갔다대었다.
"주희씨, 좋아해요."
"…ㅈ…요."
"네?"
"읏…저도 좋,아한다고요…"
유린은 행복에 겨워 자신의 품에 더욱 파고드는 주희를 힘껏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