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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소설

[카케구루이/유메아리/키라사야] 다시 만나다 외전썰

*급전개/급마무리 주의

*폰으로 작성함.

 

 

 

그 후, 유메코는 그 사건이 있던 날부터 메아리를 혼자 두는 날이 없었다. 메아리가 학교 다닐 때도 멀리서 지켜보고, 졸업할 때까지 계속 붙어 다녔다고 한다. 메아리도 익숙해졌는지 가끔 불러서 밥도 먹고 같이 놀러 다녔다. 물론 잔소리도 빠짐없이 하면서. 

뭐, 그 남자는 죽이진 않았으니 어딘가 무인도에서 헤매지 않을까. 그건 이 상황에 맞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메아리씨! 빨리요! 빨리!!

알았어! 좀! 재촉하지 마!

메아리씨의 두근두근 이세계 경험! 기대되네요~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후훗, 좋지 않은가요~

전혀 좋지 않거든?

 

유메코가 이렇게 들뜬 이유는 전에 놀러 가기로 했던 약속 때문이다. 유메코의 고향이자 용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 메아리한테는 이세계라고 불리는 곳이다.

 

근데 내가 막 가도 되는 거야?

괜찮아요~ 인간분들도 많이 살고 계세요.

뭣!? 정말?

대부분 여행자이긴 한데, 메아리씨랑 저처럼 그렇고 그런 분들이 계시죠.

허어..

 

메아리는 말문이 막힌 듯 그저 미간을 찌푸렸다. 메아리는 모르겠지만 유메코에겐 평범한 일상이다. 드래곤들이 유희를 가서 인간이랑 눈이 맞으면 사귀는 거고 마음까지 맞으면 거기에 눌러살거나 고향으로 돌아와서 사는 거지.

 

유메코는 말없이 메아리의 미간을 꾹꾹 누른다.

 

저한테는 평범하니까요. 드래곤들이 괜히 유희를 다니겠어요. 그것뿐만은 아니겠지만 기나긴 삶은 너무 지루하고 우울하니까요.

 

그건 그렇겠네. 하지만 나 같은 인간들은 생이 짧잖아.

뭐 그런 건 다들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인간과 살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럼 유메코도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네..

그렇지 않다고는 못하겠지만 지금은 행복하니까요. 이 순간을 즐겨야죠. 자, 출발할게요! 꽉 잡으세요~

엇, 잠깐.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아아악!!!

 

유메코는 메아리를 품에 끌어당기면서 텔레포트했다. 눈만 질끈 감고 있던 메아리. 무서워할 틈도 없이 벌써 도착이다.

 

쨘~ 도착했습니다!

뭐야, 진짜로?

네! 진짜요!

 

메아리는 눈을 뜨다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느끼는 자연과 바람이 주는 해방감, 덩굴에 둘러싸인 높은 탑에 수많은 드래곤들까지.. 자신이 이곳을 오게 될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어때요? 날씨도 무척 좋아서 놀러 다니기 딱이네요.

어? 응. 너무 신기하다..

여기 데려온 건 처음이네요. 전생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메아리씨가 너무 아프고..

그만. 지금은 전생 말고 현생을 신경 써주시죠?

다음에 또 그러면 화낼 거야.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자, 오늘 하루 종일 구경해도 시간이 부족할 거에요. 얼른 가요~

 

유메코는 빨리 가자며 재촉했다.

 

 

 

* * *

 

 

시장에는 드래곤뿐만 아니라 혼혈이라던가 수인, 엘프 등 여러 종족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메아리는 유메코와 함께 마법도구처럼 보이는 물건이라던가 생긴 건 이상해도 의외로 맛있는 몬스터 요리라던가 인간 세상에는 없는 것들을 잔뜩 구경하고 체험했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스쳐 가는 사람들은 인간일까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일까.. 유메코가 같은 종족끼리는 구분이 가능하다며 신나게 알려줘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어머, 유메코 아니니?

앗, 키라리씨! 안녕하세요~ 사야카씨도 잘 지내셨나요?

 

키라리는 실버드래곤으로 유메코와 같은 종족이다. 그 옆에는 키라리의 반려자, 사야카. 살짝 고개만 끄덕인다. 메아리와 같은 인간. 어쩌다 키라리와 눈이 맞아 사귀게 되었고 키라리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동거하게 되었다.

 

여긴 무슨 일이니? 놀러 갔다고 했는데..

지금도 노는 중이에요! 장소가 바뀌긴 했지만요~

그렇구나. 옆에 있는 분은? 인간씨?

네! 제 반려자인 메아리씨입니다!

잠깐! 반.. 뭐?? 난 전혀 모르는 얘긴데!?

엣.. 여기까지 같이 온 건 그 뜻이 아니었나요? 힝..

아니아니, 네가 놀러 가자고 했잖아!

 

유메코와 메아리는 서로 투닥거렸다.

 

후훗, 좋은 아이를 두었구나. 물론 우리 사야카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야.

저, 키라리님. 그것만은..

사야카도 참, 부끄럼쟁이라니까. 알았어. 안 할게.

그래놓고 또 하실 거잖아요.

앗, 들켰네?

후.. 뭐, 키라리님이라면 상관없지만요.

역시 사야카. 사랑하고 있어.

읏.. 저도요, 키라리님.

 

키라리가 사야카의 입술에 살짝 입 맞추고 이마를 맞댄다. 사야카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언제부터인지 상황을 지켜본 유메코가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승부욕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메아리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는 것 아닌가..!

 

으흠! 메아리씨! 저의 반려자가 되어 주세요!!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돌아가고 싶을 때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힘들 때는 저한테 기대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만큼 도와드릴게요!

잠ㄲ.. 바보야! 뭐 하는 거야!! 전혀 의미를 모르겠거든!?

절대 질투 나서 홧김에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진심이에요!

맞구만 뭘!

그래서 대답은요? 싫으신가요?

 

유메코는 울 것처럼 눈에 물기가 가득했다.

 

누가 싫다고 했냐!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갑자기 스위치 켜지지 말란 말이야!

와! 그럼 허락하신 거죠! 그렇죠?!

아, 알았으니까 좀! 그만해!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투닥거리는 둘. 키라리는 흥미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네. 사야카, 이게 바보 커플인가 하는 그거니?

하.. 그런 것 같네요.

 

사야카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지만 미소 짓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구경하면서 웃고 떠든다. 이 곳은 모든 종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내 일인 것처럼 축복과 환호로 가득했다. 이렇게 종족 불문하고 행복한 세계가 또 있을까..